The paradigm shift. -인식 체계의 대전환

DSLR에서 미러리스로 세대전환이 일어나는 이 시점에 필름 카메라를 들고 철 지난 글을 써본다.

길거리에서 우두커니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대면 혐오감 부터 신기함.... 그리고 조금더 나가서 경외감까지 꽤 많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조금 있어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신기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금 사람들에게 DLSR을 손에 줘어주면 라이브뷰 모드를 켜고 똑딱이로 사진을 찍듯이 팔을 쭉 뻗어 IS니 VR이니 손떨방 기술을 자랑하듯 손떨림을 보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F 기술과 감도... 그리고 손떨림 방지 기술과 같은 부가적 기술들이 여러가지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SLR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아는 나로서는 그저 한숨만 나오기 마련이다.

 

 

 

 

 

사진이 뭘까?

디지털 바디로 마냥 의미없는 사진을 찍다보니 실증이 나더라. 그러다보니 최근에 나는 사진에 대해서 원초적인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름 사진이 가지는 의미 혹은 정서는 뭐였을까?

나의 부모님 세대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바디 대신 필름을 사용해 사진을 찍으셨다고 하셨다. 최근 아날로그 열풍이 불어서 135필름이 서서히 활성화 되고 있기에 필름 카메라를 알아보던 중 나는 꽤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니콘이냐 미놀타냐. (캐논? 이라고 묻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당한 게 얼만데? 라고 답할 수 있겠다.)

이 브랜드 둘은 둘다 나름 전통있는 브랜드이고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그 당시 철학과 정서 등 여러가지 추억이 가장 많이 녹아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MINOLTA A-7 / Nikon F5.

당시 최고의 바디 이자 한 회사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F5는 철저히 프로페셔너 유저를 위한 니콘 특유의 전통과 보수적인 계산기로 따지면 주판같은 바디라고 한다면 A-7은 미놀타의 공돌이 정신이 만들어낸 진보한 공학 계산기 같은 바디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고민 끝에 니콘의 렌즈군을 포기하고 미놀타를 선택한 이유는 필름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뤄주는 바디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이라면 가차없이 소니를 버리고 니콘을 택하겠지만 필름이기 때문에 미놀타를 선택했다.

 

 

 

 

 

내가 미놀타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중 하나는 ADI 조광.

네거티브 필름은 기본적으로 관용도가 좋다고 하지만 스피드라이트 한번 잘못 터트리면 끝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네거 날린거면 그나마 다행일꺼다 슬라이드 날리면 눈물만 나오겠지.....)

따라서 한번 찍으면 돌이킬 수 없는 필름 특정상 노출계를 쓰지않고 스피드라이트를 쓰는건 미친짓이다.

미놀타는 이것을 인지하고 기존의 TTL 방식에서 렌즈의 거리계 정보를 적용하여 더욱 정확한 발광량을 산출하는 시스템인 ADI를 만들어서 TTL보다 신뢰할 수 있는 스피드라이트 발광을 보장한다.

디지털이야 찍으면서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광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필름은 이게 어떻게 찍힌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에 효율성만 생각하는 내 성격상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니콘 i-ttl 진보했다더니 개판이더라.... 캐논도 만만치 않고 ADI 버리고 p-ttl 쓰고있는 소니는 .....)

 

두번째 이유는 조작계.

A-7은 촬영에 필요한 모든것들이 외부의 아날로그 스위치나 다이얼로 컨트롤 가능하다. 사실 본인이 그렇게 다이나믹한 상황에서 촬영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빈티지 필름을 사용할때 노출보정 다이얼만 돌리고 찎으면 되어서 편했다. 

그리고 미놀타하면 빠질 수 없는것이 세로그립.

 

 

 

 

처음 A-7을 잡았을때 새끼손가락 끝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긴 했지만 그립감은 일품이였다.

VC-7을 장착한 뒤엔 그립감이 완벽해졌다.

소문의 미놀타 답게 하부 그립 마저도 아주 우수했다. 마치 그립 장착을 전제하에 설계한것처럼 말이다.

A-7의 기본 그립은 얇고 무개가 잘 분산되어 편안한 그립감을 주지만 하부 그립은 두툼해서 카메라가 잡혀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F100과 같은 다른 회사의 후기형 필름카메라와 A-7을 비교하자면 A-7에는 아주 큰 단점이 있었다.

A-7 바디는 AA사이즈의 전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CR123A를 사용한다는것.

이것 때문에 F100을 사용하시는 분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CR123A를 조심스럽게 장착할때 눈앞에서 웃으시며 AA건전지를 갈아 끼우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드디어 재충전도 안되는 이 CR123A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

고작 5롤 찍었는데 CR123A 6알을 사용했다. 물론 필름이라고 마음에 드는 구도가 나올때까지 카메라를 작동시킨 원인도 있겠지만 이건 연비가 너무 구리다.....

 

 

 

 

마지막 이유는..... 이 바디 성능.

빌트인 내장 플래시가 1/8000초의 고속동조가 가능하다. 더 할말이 필요한가?